팀블로그를 만들게 된 경위와 방향성을 이런 식으로 소개해 볼까 합니다.

udnxt.com이 추구하지 않으려는 것들


udnxt 로고 v0.95
로고 버전 0.95. 디자이너에게 맡겨서 제대로 된 걸 쓰자는 얘기가 나왔다가 그마저도 빡세다고 해서 일단 임시로 때워놓은 것입니다. 할 거면 ai로 벡터를 따놔야 하는데 그마저도 귀찮아서 안 했네요.

‘업데이트 후 종료’를 개설한 지 며칠 되지 않았습니다. 놀랍게도 이 팀블로그 개설까지 걸린 시간은 이보다 더 짧습니다. 작당모의를 한 edtre와 저는 각자 저마다의 콘텐츠 생산 노하우와 커리어가 있는 사람들이었고, 그래서 이 팀블로그 관련 논의를 카톡으로 몇 마디 짧게 주고받을 때 우리는 피차 입 아픈 얘기는 많이 생략했습니다.

이 글은 그 생략된 협의 — 이 팀블로그는 무엇이 없어야/아니어야 하는가 — 가 무엇이었던가를 조금 자세히 나열해 보는 글입니다. 누구 좋으라고 이러는 거냐고요? 잘은 모르겠는데 우선은 그간 “온라인 뉴미디어 매체”라는 것을 해 보려고 했던 지난날의 우리 좋으라고 이러는 것 같습니다.

꽉 짜여진 틀과 체계

하여간 기본적으로 “빡센” 것은 하지 말자는 주의에 우리는 합의했습니다. 빡세다는 것은 뭘까요. 본격적이고, 헛짓거리 없고, 어디 가서 오피셜한 자리에 내어보여도 전혀 문제되지 않는 (랄까 이 “업계”에서 요구하는 그 오피셜 톤 매너 퀄리티를 일일이 사다 놓고 구비하는) 것을 말하지요. 문제가 뭐냐, 이게 빡센 일이란 말입니다.

하겠다고 하면 사실은 사명 선언부터 시작해서 장은 누구로 하고 임기는 얼마로 한다 따위의 행정적인 것은 물론 브랜딩, 편집 방침, 사이트 관리 권한 같은 지극히 실무적인 것까지 다 챙겨야 한다고요. 이게 뭐라고 그 유난을 떨겠어요. 그래서 꼭 필요한 것만 구비했습니다. 공식 SNS 계정은 그래서 안 만든 겁니다.

뭐가 막 바글바글한 느낌

왜냐면 그거 좀 부질없거든요. 매체 자체는 그런 걸 추구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SNS 채널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왁자지껄한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대중의 반응을 추구하게 됩니다. 이걸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갖게 되는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필진의 구성” 하다못해 커버하는 분야가 다양해야 한다는 강박입니다.

edtre와 제가 만나게 된 계기였던 20’s Timeline이라는 매체가 꼭 그랬는데, 필진들의 ‘케미’와 역할 배분을 좀 억지스러울 정도로 신경썼습니다. 누구는 무거운 글 누구는 가벼운 글 누구는 영상만 누구는 그림만. 우리 두 사람은 그 내적 바글바글함을 향한 추구에 질린 지 오래입니다. 다시 한 번, 이게 꽤 부질없거든요.

터지는 바이럴과 트렌드 센스

아무튼 다시 SNS 얘기로 돌아오면, 한때는 20’s Timeline 내부 구성원 모두가 “이슈와 트렌드를 어떤 식으로든 커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고 저도 그랬습니다. 그리고 그걸 가장 잘 해내면 바이럴이 터진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되도 않는 네이버 실검 따위를 다같이 매주 진지하게 스터디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돌이켜 보니 바이럴이란 것은 없고, 있다 한들 대부분의 경우 그건 우리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정말 커버해야 할 것은, 트렌드와 상관없이, 사고방식을 가장 올바르게 고치는 법 즉 ‘업데이트’였던 거고요. 매체고 나발이고 그냥 지금 시대에 꼭 받아야 할 업데이트만 잘 받고 제 인생 잘 살면 사실은 그걸로 충분한 겁니다.

콘텐츠가 완벽하면 뭔가 된다는 믿음

하지만 20대 때의 우리는 우리 인생을 완성하는 것보다는 어떤 잘 뽑힌 콘텐츠 몇 개가 우리의 존재를 변호해 주기를 바라면서 그 콘텐츠의 완벽(?)을 추구했습니다. 더 기발한 표현, 더 절묘한 짤방, 더 섹시한 요약글, 더 기상천외한 콘텐츠 구성을 추구했고 그게 더 완벽한 콘텐츠를 만들면 뭔가 보상이 있을 거라고 믿었죠.

두 사람 다 글을 팔아 돈을 벌어 보는 과정에서 아주 값비싼 교훈을 얻었습니다. 콘텐츠 자체가 뭔가를 보상해 주는 일은 극히 드물게 일어난다는 사실을 말이죠. 그래서 우리는 적어도 이 팀블로그에서는 무슨 보상을 받으리라는 기대를 일절 버리고 시작했으며 지금도 뭐가 싹틀 때마다 열심히 뽑아서 버리고 있습니다.

(*기본기만 지키면서, 절전 모드로)

그러면 우리는 이걸 완전히 농담 따먹기로 하고 있느냐? 그건 아니에요. 일단 도메인에 비용을 지불했고(필요하면 SSL 인증에도 비용을 지불할 생각), 워드프레스 자식 테마를 추가로 개발했으며, 기고되는 글마다 태그와 SEO를 철저히 점검하고 있고 심지어 기고-발행-팀원합류 프로세스까지 확립해 놓은 상태입니다.

재밌는 건, 우리가 도움말에서 설명해 놓은 그 기고 프로세스야말로 사실은 워드프레스라는 프레임워크의 가장 기본적인 사용법이라는 겁니다. 이 정도만 하면 그래도 어디 가서 콘텐츠가 수록된 웹사이트로서는 꿀리지 않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정도로만 하기로 하고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사람은 보통 평상복을 입고 살지 갑옷을 입고 살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온라인 미디어 생태계는 공허한 전쟁을 자기들끼리 이어나간다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거기 참전하지 않을 겁니다. 입었던 갑옷은 벗어두었으므로, 한동안은 그냥 삶을 살고, 가끔 글을 올리고, 업데이트를 확인하면 끄고 잘 겁니다. 그러니,

재부팅될 동안에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이 작업은 시간이 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