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이라는 게 이렇게까지 "쉬워"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금융이 쉬워진다 = 금융이 ‘만만해진다’?


‘A에서 B로 결제 시 공짜’라는 이벤트

혹시 토스를 쓰시는지? 만약 이 송금 앱을 여러분이 사용하지 않는다면, 아마 “GS25에서 토스카드로 결제 시 공짜”라는 대박(?) 이벤트 소식 역시 접하지 못하셨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심지어 토스를 쓰는데도 그랬다. 처음에는 ‘수수료 없는 송금’만 서비스하던 이 앱이 지금은 오만 잡다한 금융 서비스와 이벤트를 운영하고 있어서, 그걸 일일이 파악하고 다닐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이 이벤트를 알게 된 건 우연이었다. 요 며칠 전에 페이스북 켜서 소식 보다가 Sponsored 콘텐츠로 광고가 떴던 것이다.

GS25 토스카드 결제 캐시백 광고
아니 정말로. 아무 관심이 안 갔다. ⓒ 비바리퍼블리카

그래서 어떻게 했느냐고? GS25로 달려가서 개이득을 봤느냐고? 아니.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갔다. 편의점에서 뭘 살 일이 있으면 그냥 사면 되지 싶었고, 이렇게 복잡한 타임세일 조건을 지켜 가며 뭘 살 일도 없었으니까. 그런데 별 관심도 없었던 이 이벤트 얘기를 이제 와서 여기서 굳이 늘어놓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 파격적인 ‘금융 서비스’가, 결국은 좀 안 좋은 방향으로 대박이 났기 때문이다.

보고된 바에 따라 추정을 하자면, ‘결제 + 즉시 환불’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요청이 토스를 통해 GS25 전산망을 거쳐 BC카드 전산망으로 몰려들었고, 그 양이 예상보다 너무 많았던 나머지 ― 나는 데드락을 의심하고 있다 ― BC카드 계열 전체 카드가 GS25에서 결제가 한동안 되지 않는 사태가 벌어졌다. 토스는 기껏 몇백만~몇천만 원 예산의 이벤트를 준비해 놓고 제대로 된 소비자 호응도 얻지 못한 채, 금요일 밤을 지새워 “보상안”을 작성해야 하는 불상사를 맞았다.

사람들의 반응은 무엇이었는가? 냉정하고 차가웠다. 누구도 토스를 옹호하거나 이해해 주지 않았다. 그런데 그 방향성이 특이하다. “어쩐지 좀 그랬다”, “뭐 하나 터질 줄 알았다”는 식인 것이다. 그렇다. 토스에게 이건 처음 있는 일이 아니었고, 사람들은 애초에 불안해하고 있었다.

‘문자 인증만으로 카드사 연동’이라는 서비스

얼마 전 토스는 또 다른 금융 서비스를 야심차게 선보였다. “현대카드 연동을 하면 3,000원을 준다”는 것이다. 이게 왜 야심찬 일이냐면, 겉으로 보기에는 단지 ‘문자로 인증을 받아 현대카드 계정을 연동’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기술적으로는, 현재 가장 유력한 추정에 따르면, 현대카드 웹회원 계정 비밀번호를 임시로(?) 변경해서 그 계정을 토스 계정과 연결하는 작업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카드는 GS25보다는 보편적이지 못하고, 현대카드와 토스 계정을 동시에 다 갖고 있는 사람들은 그보다 훨씬 더 적어서, 이 서비스는 적어도 그런 사람들에게만 문제를 일으켰고, 그 문제라는 것도 정말 무슨 금전적 피해가 일어났다기보다는 “어? 나 왜 현대카드 사이트 안들어가지지?” 같은 꺼림칙함 정도였다. 그리고 토스는, 물론 비공식적인 대응이었지만, 대충 이런 식으로 아주 안이한 대응을 했었다.

대다수 사람들은 이 ‘사태'(?)에 대해서, “비밀번호를 임의로 변경하는 것 같다”라는 부분에 버튼(?)이 눌렸던 것 같다. 그건 납득이 되는 부분이다. 납득되지 않는 것은 내가 버튼이 눌린 지점이다. 아주 거칠게 요약하자면 이런 것이다. “뭐야? 이 친구 지금 장난치나? 뭔데 니가 약관을 못 본 거 아니냐는 식으로 답을 하지? 이게 안 심각해 보이나?

분명 자기 손님들인데, 금융 서비스 사용자들이 자기 계정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성토하고 있는 것을 문제시하기는커녕 일개 “토스 직원”이 적당히 사태를 무마하려는 걸 방관했다는 점이 불쑥 불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식의 불만족스러움을, 하필 또 최근에, 예기치 못한 또 다른 분야에서 뜻하지 않게 마주친 일이 있었다.

“대리입금”이라는 거래

이건 그냥 트위터 타임라인을 지나가다가 누가 리트윗을 리트윗한 게 보여서 보게 되었다. 일단 그 문제의 트윗을 여러분께 소개한다. 이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먼저 봐야 한다.

이게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면 여러분은 한국 대부업 규제를 잘 모르시는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별 문제 없는 줄 알았다. 요즘 돈 없는 학생들은 이런 식으로 자조하나 보지? 그런데 누가 인용 리트윗으로 의견을 달아준 걸 보고 정신이 퍼뜩 들었다. 이건 초고금리 초소액 사금융으로 분류되는 행위이다.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불법 대부업을 광고하고 있는 장면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잠시 사람들의 반응을 살폈다. “저기요… 우리나라 최고 법정금리가 24%거든요…” “님 이거 불법임” 같은 것들. 그걸 보고 내 의견을 정리해 보았지만, 나는 그들과 같은 황당함을 느끼지는 못했고 어느 정도 납득을 한 편이었다. 아무래도 이건 무슨 악질 불법 비리라기보다는 그냥 당장 돈 천원이 아쉬운 친구들끼리 자기들 생각에 필요한 안전 장치를 어느 정도 걸어놓고 채권 계약을 하는 것일 뿐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냥 멋모르고들 이러는 거지.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석연치 않달까 아쉽달까 싫은소리가 나오는 지점이 한 가지 있다. 다들, 금전 거래와 신용 계약들을 너무 쉽게, 간단하게,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나 하는 것이다. 제도권에서라면 ‘마이너스 통장’ 내지 “일수” 정도에나 들어맞을 이 괴팍한 아이디어마저도, 단순히 “어차피 들어올 푼돈인데 너무 급해서 그러니 일단 입금을 먼저 대신 해주는” 정도로만 간주되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눈치를 챘을 것이다. 지금까지 열거한 모든 사례들은 개별적이지 않다. 이것들은 하나의 추세선을 그리고 있고, 그 추세선의 원점에는 소위 ‘핀테크’라는 것이 있다.

그냥 돈 주고 돈 받으면 금융인 줄 아는 건가

핀테크가 본격적인 것이 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최소한 ‘금융 실명제’ 이후로는, 금융이란 단지 돈을 주고 돈을 받는 것에 그치지 않는, 뭔가 좀더 근본적이고 제도적인 하나의 ‘근간’이었다. 금융 실명제가 도입되기 전까지 은행 거래란 단순히 은행과 돈을 주고받는 일일 뿐이었는데(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핀테크스러운 일이다), 이제는 은행 계좌를 가지고 간편 본인인증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이 차이는 크다. 이건 사회가 무엇에 기반한 신뢰를 구축하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핀테크라는 것은 바로 이 신뢰 기반의 경계를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기반이 좀 불확실해도 괜찮다는 식의 인식을 확산한다는 점에서 매우 경계할 만하다. 물론 기술지상주의가 펼치는 장밋빛 테크노 유토피아는 얼핏 들으면 그냥 다 좋고 달콤하기만 하다. 언제까지고 고루하게 수수료를 내고 영업점을 방문하며 살 순 없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송금이고 조회고 뭐고 다 되어야 한다… 다 좋은 얘기다. 문제는 그게 결국 차포 떼고 보면 금융을 ‘내 돈 내가 내 맘대로 주고 받는 일’ 정도로 축소 격하하는 일이라는 점이다.

정상적인 국가는 도박을 규제하고, 도박에 준하는 실질적 사행성 투자를 감독하며, 금융 거래의 투명성을 목숨 걸고 확보하려 한다. 돈이 단지 내 것 내 마음대로 처분하는 것에 불과해지면, 남의 돈을 자기 뜻한 대로 처분하게 만들려는 사기꾼과 “거래소”와 “하우스”가 활개를 펴고, 그들이 성공을 거머쥘 때 그걸 비난하거나 처벌할 방법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건 맹목적인 불신이 아니라 타당한 ‘경계’다. 무슨 핀테크 기업 다 말려 죽이려고 그러는 차원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얼핏 보기에는 공인인증서를 쓰는 은행 앱도 앱이고 토스 앱도 앱이기에, 일부 물정 모르는 기술지상주의자들은 그 차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아주 순진하고 야릇한 아이디어를 꺼내든다. “내 포인트 내가 보겠다는데 왜 항상 비밀번호와 인증번호를 일일이 입력해야 하지?” “내 투자금 가지고 100% 캐시백 이벤트 해서 내 고객들에게 내가 한턱 내는 게 뭐가 문제가 되지?” 그리고 이런 사고방식이 이상하지 않다는 인식이 보편화되면, 민간도 이를 모방하게 된다. “내 돈 내가 허락 받고 타인 명의로 ‘입금’해주고 수고비 받겠다는데 대체 왜 다들 법정 금리 어쩌구 지랄들이지?”

왜는 왜야? 돈 관련 기술, 돈 관련된 계약이라는 것이 그렇게 말처럼 간단하고 안이하면 안 되니까 그렇지. 당장 ‘대리입금’이라는 것이 그렇다. 대리입금이 합법이 되면, 소위 “일수”라고 불리는 초단기 저신용 고리대출 역시 고스란히 떳떳하고 착한 서민 입장의 소비자 금융이 되어 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이건 규제되어야 하고, 대신 정말 돈만원이 아쉬운 사람들을 위해 좀더 신뢰성과 체계성이 입증된 정식 금융 거래 제도가 도입될 필요가 있을 뿐이다. 마이크로크레디트, 정부 긴급 보조, 신용 협동 조합, 하다못해 계모임을 만들어서라도.

하지만 사람들은 그냥 “대리입금”이라는 없는 제도를 만들어 버리기를 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 일단은 “여자만 받는다”는 것을 볼 때 기존 금융 제도에 대한 불신에도 원인이 있어 보이지만, 그보다는 최근 몇 년간 ‘금융 혁신’이라고 불린 것들이 뿌린 생각의 씨앗 ― 내 돈 내가 내 맘대로 하는 게 왜 잘못이냐 ― 이 열매를 맺는 중이라고 보고 있다. 이건 좀 안 좋은 징조다.

분명 원칙적으로는 내 돈은 내 맘대로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건 접근성이 그렇다는 말이고, 그걸 아무렇게나 처분할 수 있느냐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내 비밀번호라고 해서 아무데서나 사용 가능해져도 되는가, 내 돈이라고 해서 아무렇게나 뿌려지거나 초단기 초고금리 돈놀이에 사용되어도 되는가, 이건 또 다른 문제인 것이다. 거기에는 불길한 예감과 전조가 깔려 있고, 그것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현실이 되어 버리며, 그걸 되돌릴 방법은 많지 않다.

그 “쉬움”의 혼용 금지를 요구하자

접근성에 대해서 그리고 ‘쉽다는 것’에 대해서 조금 생각하며 이 글을 마치고 싶다. 최근 토스는 “금융이 쉬워진다”는 모토 아래 모든 것을 쉬워 보이게 만들고 있다. 그게 덮어놓고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쉬움이 무엇에 대한 용이함이냐에 대해서는 논의의 여지가 있다는 생각이다. 접근하기가 쉬워지는 것이냐, 통제가 쉬워지는 것이냐, 뭐가 어찌되는 것인지 이해하고 따라잡기도 전에 모든 게 원터치로 끝나버리는 그런 쉬움이냐 하는 식으로 말이다.

예컨대 나는 개인적으로 업데이트를 거듭할수록 단순해져 가는 토스의 UI가 불만족스럽다. 왜냐고? 화면이 단순하면 더 편리하고 더 쓰기 쉬운 것 아니냐고? 그게 그렇지가 않다. 갈수록 이 앱에 붙는 금융 서비스는 많은데, 그 모든 서비스들이 각각의 복잡성과 관계 없이 다 몇 분만에 메시지 몇 개와 클릭 몇 번으로 끝나 버리니, “이거 정말 내가 ~를 한 게 맞나?” 하는 불확실한 기분만 더 커져 가는 것이다. 사용성은 쉬울지언정, 상황에 대한 장악과 통제는 더 어려운 것이다.

토스 서비스 소개 내 모든 돈을 토스에서 간편하게
“내 모든 돈을 간편하게” 관리하는 화면치곤 너무 뭐가 없지 않나. ⓒ 비바리퍼블리카

하물며 신용대출, 현금 환급 이벤트 등등 더 까다롭고 실질적인 것들은 어떻겠는가? 금융이 쉬워진다는 말은 매력적일지 모르지만, 그 ‘쉬움’이 단지 기술적 편의성만을 말하는 거라면 과연 그건 그렇게 ‘쉬워’지기만 해도 될까 싶다. 우리는 자기 돈이나 신용도에 대한 접근성과 통제권을 원하지, 그걸 더 간단하게 아무렇게나 처분하고 싶다는 것이 아니다. 그 처분만을 무조건 더 간소화하자는 게 만약 지금의 ‘핀테크’가 주창하는 발상이라면, 그건 의문을 제기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쉽다고 다 쉬운 게 아니며, 어떤 것은 충분히 어렵고 절차적일 필요도 있는 탓이다.

내 휴대폰으로 내 은행 앱 쓸 때 내 지문으로 로그인하는 건 좋은가? 좋다. 그건 내 자산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는 일이니까. 내 돈 내가 송금할 때 1회 한도나 수취계좌 정보 확인 절차를 건너뛰고 원클릭으로 바로 보내게 해 주는 것은 좋은가? 좋지 않다. 그건 내 자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지는 일이니까. 내 여유자금 가지고 남들 입금 도와주고, 내 서버 가지고 임시 비밀번호를 설정해 주는 것은 또 어떤가? 혹시 이것들은, 기존의 신용, 금융, 기타 사회 신뢰 자산을, 너무 “쉽게 보고” 쉽게만 접근하는 것은 아닌가? 그건 진짜 편리함과는 좀 다른 얘기 아닌가?

요컨대, 그간 “쉽다”는 한마디에 파묻혀 있던 각종 가치와 방향들을 구분해 가면서 금융 혁신을 하라고 요구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나는 토스든 누구든, 금융이니 신용 거래니 하는 것에 손을 댈 생각이라면, 그걸 단지 돈 몇 푼 주고받는 것으로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건 좀더 엄격하게, 좀더 체계적으로 취급되어도 좋은 것이다. 그래야 신뢰가 생기기 때문이다. 원클릭 버튼 몇 개 던져주고 그저 “쉬움”만을 들먹이는 모습은, 어쩐지 이 바닥을 너무 쉽게, 만만하게 보고 있지 않나 하는 의심을 자아낸다. 금요일 저녁 한창때 전국 편의점을 대상으로 즉시 환불 같은 서비스를 해주면서 전산망이 터질 것도 준비를 못 한 걸 보면, 이런 찝찝한 기분은 도무지 가시지를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