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도 처음부터 아저씨는 아니었다
패기 있는 젊은 피 코끼리였을 것이다
신나게 싸웠을 것이다
제발 코끼리에게 과자 좀 주지 말라고
우린 초식동물이고 이런 방부제 덩어리는 못 먹는다고
우리가 그걸 코로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반드시 그래야 하는 건 아니라고
왜 자꾸 그 노래 하나 가지고
왜 자꾸 그 멍청한 영화 서커스 가지고
우리에게 특정한 삶을 강요하느냐고
그러면서도 너무 코끼리처럼 싸우면 안 된다면서
발구르기를 하지 않으려고
어딘가로 뛰어나가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참으며 화냈을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군말없이 코로 과자를 받으면
갑자기 모든 게 거짓말처럼
조용해진다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피곤하지 않게
짜증나지 않게
와 정말 코로 과자를 받네? 하고 웃고 사진 찍고
꺼져 주는 사람들이 보였을 것이다
그때부터 그 코끼리는 코로 과자를 받는다
와 정말 코로 과자를 받네? 하고 웃고 사진 찍고
꺼져 주는 인간들을 바라보며
젊은 코끼리는 허하게 웃는다
그렇게 그 젊은 코끼리는
코끼리 아저씨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