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점은 그 영화가 얼마나 대중적인 취향을 가지고 있느냐를 판단하는 데 꽤 유용한 요소다. 별점만 잘 따라간다면 영화에 대한 빠른 평가와 빠른 선택이 가능하다. 젠체하는 평론가들의 글을 읽을 시간은 없고, 많은 사람들의 평가는 꽤 도움이 되는 편이니까. 그러나 그 선택이 꼭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걸 안다.
심지어 당신이 꽤 대중적인 취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다. 별점이 주는 기대에 비해 실망스러운 영화는 차고 넘치며, 낮은 별점으로 내 선택을 걱정스럽게 만드는 영화도 막상 보고 나면 기대 이상인 경우가 적지 않다. 별점은 사실 영화에 대해 조금도 말해주지 않는지도 모른다.
여섯 명의 사람들에게 질문했다. 별점과 사람들의 평가를 보고 갔다가 실망한 영화는 없느냐고, 반대로 낮은 별점에도 불구하고 너무 마음에 들었던 영화는 없느냐고 말이다.
증인(Innocent Witness) – 은미
관람객 평점 ★★★★☆ 9.16
“이토록 소름 돋는 연기는 처음이었다.”
duwl****
“모든 면에서 11점을 주고 싶다.”
skom****
살인 용의자의 변호를 맡게 된 변호사가 사건의 목격자인 자폐아 소녀를 만나며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영화다. 포스터부터 보자. 별 다섯개가 떡하니 그려져 있다. CGV 골든에그 지수 99%, 2019년 관객이 사랑한 최고의 영화랜다. 일단 별점이 좋았다. 누구는 [7번방의 선물]보다 감동적이랬다. 와, 이거 보러 가야겠다.
그런데 다 지랄이었다. 중간 중간 지루한 부분이 너무 많았고, 이야기는 작위적이었다. 로맨스는 또 왜 들어 있는 건지. 친구는 기대 안 하고 봐서 더 좋았다는데, 모르겠다. 네이버가 다 망쳤다. 100점 만점에 11점이라는 뜻인가? 아, 그럼 납득.
사바하(Svaha) – 호성
관람객 평점 ★★★☆ 7.42
“사바하? 시바… 하…”
ijs1****
“초반은 강렬하나 중후반은 늘어지고 반전은 미약하다. 대체 염소는 왜 울고, 소는 왜 죽은겨?”
rock****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뭘 말하고 싶은건지 모르겠네?”
gla9****
[검은 사제들]로 호평을 받았던 장재현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다. 사이비 종교의 뒤를 쫓는 목사와 한 소녀에 대한 이야기. 예고편부터 큰 기대를 모았고, 나는 바로 극장에 갔다. 스토리 구성이 너무 후지다,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 별로다. 이 영화에 대해 줄줄이 달린 평가들이다.
하지만 영화의 이야기와 서사구조가 너무나 좋았다. 후지다던 마무리 역시 압도적이었다. “주여 어디 계시나이까”라는 대사 뒤에 등장하는 사바하라는 자막. 각 종교의 언어가 교차되어 강렬하게 만들어진 엔딩. 별점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졌다. 수용자가 논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지만, 정말 논의가 되고 있기는 한가?
국제시장(Ode to My Father) – edtre
관람객 평점 ★★★★☆ 9.16
“빨갱이들이 비하하는 어르신들의 피눈물이 서린 과거”
1245****
“이미 보기도 전에 10점 만점이다.”
rlat*****
“정말이지 웃픈 영화! 가족과 꼭 한 번 봐야 할 영화!”
zeep****
국제시장은 가족에 대한 영화, 정확히 말하자면 ‘아버지’에 대한 영화이다. 이는 이 영화의 부제인 ‘Ode to My Father’에서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영화를 보다 울었다는 이야기를, 별점을 보며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뻔한 신파가 아니길 바랐다. 영화관에 갔고, 극장 문을 나설 때는 아쉬움이 가득할 뿐이었다.
주인공이 했던 고생을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설명하지만, 그 ‘고생’이 우리의 역사 속에서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얘기해주지 않는다. 더군다나 덕수의 캐릭터는 너무 평면적이라, 사건이 흘러가는 동안 결코 발전하거나 나아지는 법이 없다. “이 고생을 우리 아들이 아닌 우리가 해서 다행이야.” 웃기는 이야기다. 덕수의 저 대사와 “나 때는 말이야.” 사이는 그렇게 멀지 않다. 아, 내가 빨갱이라서 그런가? 그냥 나도 영화 안 본 걸로 하고 10점 꾹 눌러야겠다.
캡틴 마블(Captain Marvel) – 서락
네티즌 평점 ★★★ 6.74
“누가 저런 애를 캐스팅한 거냐?”
kyo1****
“유치찬란해서 봐줄 수가 없음. 뛸 때 보면 40대 아줌마가 뛰는 줄. 미스캐스팅.. 개오바”
knja****
“페미친년들 어휴 영화를 이 미친정신병자같은년들이 페미난장질로 해놨네 한국년들 진짜 미친년들”
luxu****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첫 단독 여성 히어로 영화다. 논란이 많았다. 브리 라슨의 인성 논란, 페미니즘 영화라는 이야기가 불거져 나오며 이어진 별점 테러. MCU의 큰 팬이었던 나에게 캡틴 마블의 개봉은 매우 기다려지기도 했지만, 동시에 많이 걱정도 됐다.
“페미니즘 요소가 강한 영화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극장을 나서는 순간에는 별로 안 그런데? 생각했다. 캡틴 마블이 모든 걸 다 때려 부수는 장면에서는 쾌감이 느껴졌다. 액션 장면에서는 그가 정말 강한 히어로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진짜 재밌었다. 앞의 논란들이 무색할만큼!
라라랜드(La La Land) – 달링달링
관람객 평점 ★★★★ 8.90
“지독하게 아름다운 영화.”
dlwa****
“그냥 모든 게 좋았어요.”
0112****
“카메라 구도, 동선, 조명, 음악 그리고 아름다움”
jkb1****
많은 구애인들이 서로의 구애인을 떠올리게 했던 영화, 라라랜드(La La Land). 호평이 쏟아졌다. 별점은 지붕을 뚫을 것 같았다. 묘한 음악뿐 아니라 라라랜드만의 독특한 색감이 많은 관객들을 사로 잡았던 모양이다. 같이 간 친구들은 다 너무 좋았단다. 인생영화라고, 또 보러 갈 거란다. 나는 거기에 낄 수 없었다.
스토리도, 연출도 별로였다. 뻔한 전개방식에 떨어지는 개연성. 금방 사귀더니, 금방 헤어지고, 아니 왜 갑자기 또 그리워하는 건데? 별점은 도통 영화를 잘 설명해주지 못하는 것 같다. 별점만 보면 맨날 다 띵작이지. 진짜 명작은 어디에 있나.
아수라(Asura) – 리버틴
관람객 평점 ★★★ 6.54
“시간 가는 줄 알고 봤습니다.”
6519****
“2016년 최악의 영화. 믿고 보는 황정민, 정우성 영화였는데, 답답하다.”
nbal****
“여자친구가 진짜 재미 없고 잔인하기만 하다네요. 저도 비슷한 생각이고요. 지금 여자친구랑 싸워서 별로 좋은 점수는 안 나오네요. 수고하세요.”
abbs****
[아수라]. 화려한 출연진들로 큰 기대를 모았다. [무한도전]에 출연진들이 나와 특집을 찍은 이후로, 이 영화에 대한 기대는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영화는 개봉 이후 관객들이 기대를 무참히 깨버렸다. 느와르라는 장르에 너무 집중했던 탓인지, 관객들이 주로 기대하는 권선징악 류의 스토리에 전혀 접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은 것을 좋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우중충하고, 시커멓고, 뒤엉켜 싸우다 모두 다 죽음을 맞이하는. 유튜브의 [천만영화 감성으로 편집한 아수라] 같은 식으로 구성된 [아수라]였다면 270만 보다는 더 잘 됐을지도 모르겠다. 신파도, 권선징악도 없는 영화는 아직 한국에서 성공하기 어렵나보다. 뭐, 데이트나 소개팅 자리에서 최악의 영화라는 데는 동의한다. “김성수는 영화의 신이다! 아수라는 최고의 폭력 영화다! 아영이는 평화의 요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