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포츠와 수잔 보일은 말하자면 이런 느낌이다.

연출된, 소박한, 그리고/또는 좋은


Susan Boyle, Perfect Day

수잔 보일은 전형적인 비디오 스타다. 2009년에 Britain’s Got Talent에서 첫 무대를 선보였을 때 그는 “못생긴” 외모에서 기대되지 않는 고운 음색으로 주목을 받았다. 비단 수잔뿐만이 아니다. 폴 포츠도 그랬고 숱한 비디오 스타들이 그렇다. 어떤 비평가들이 생각하는 대로, 매스미디어가 창출하는 이미지의 착시에 의해, 그렇게까지 칭송받을 실력의 소유자가 아닌 사람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과도한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그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음악은 결국 음악으로서 좋아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도 꽤나 속물(snob)이기 때문에 남들이 다 쉽게 칭송하는 취향에 대해서는 꽤 간단하게 지레 짚고 거절을 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폴 포츠의 1집은, 그리고 수잔 보일의 크리스마스 테마 음반 [The Gift]는 꽤 좋아한다. 이 사실은 가끔 나 스스로를 새삼 놀라게 하는 데가 있다. 그들의 음악은 어쨌든 아마추어리즘이고, 그 디스코그래피 역시 지극히 소박한 것인데도 그렇다.

Paul Potts, Nella Fantasia

이들의 음악은 (그리고 그들의 이름을 빌어 출고된 상업 예술은) 순전히 그들이 아마추어라는 맥락에 기대고 있다. 누구도 그들을 프로페셔널 성악가로 대하지 않고, 따라서 그렇게까지 탁월한 실력이나 비범한 레파토리는 기대하지 않는다. 그들 스스로도 모두가 알 법한 음악들을 모두가 좋아할 만한 방식으로 소박하게 노래한다. 게다가 음반 제작자들은 이 과정에서조차 실패를 용납할 수 없어 매우 정교한 마케팅 전략을 집행한다. 이렇게까지 가공된 것을 순순히 즐기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예컨대 수잔 보일의 [The Gift] 같은 것을 듣고 있으면, 상업 예술에서 프로듀싱과 디렉팅의 지분이 얼마나 크니 수잔과 같은 비디오 스타들이 그 파생 상품에 대해 일으키는 선호의 왜곡이 무어니 하는 소리들은 좀 덧없게 느껴진다. (물론 디렉팅이었겠지만) 시종일관 끈질기게 고요하고 차분한 이 음반은, 유명한 곡 몇 가지를 (당연하게도 프로듀서들의 판단에 근거해) 수잔 보일의 장점에 맞게 편곡해 취입해 놓았는데, 놀랍게도, 그게 그저 음악적 성취로서 훌륭하단 느낌을 준다.

Susan Boyle, Hallelujah

맨 처음에 올린 “Perfect Day”도 그러한데 이 곡이 특히 더 그렇다. 나는 사실 이 곡을 이 음반에서 처음 접했고, 그땐 심지어 오리지널 가스펠 발라드인 줄 알았다. 시간이 좀 지나 이 음반 전체가 기성곡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눈치를 챌 즈음에도, 이 곡은 영락없이 원래도 이런 곡이려니 했다. 그런데 웬걸, 원곡을 들어보니 오히려 원곡 쪽이 깨는 거다. 어쩌면 좀 촌스럽고 단순하고 지나치게 이지 리스닝한 것일지 모르지만, 수잔 보일의 이 버전이 가장 적절한 adaptation일 수도 있다고 본다.

이런 음악, 이런 음반, 이런 “오디션 가수”들을 듣다 보면 생각하게 된다. 평범하게, 소박하게, 그렇기 때문에 대규모로 연출되지 않으면 안 되는 어떤 감상과 관점과 심정들에 대해서. 사실은 우리들 대다수가 저마다 보편적으로 하나둘 품고 살지만, 그냥 드러내자면 좀 많이 촌스럽고 보잘것없기 때문에, 가끔 약간의 드라마와 미디어의 후광을 입고 대신 나서 주는 이들을 빌어서 대신 표현하도록 하는 그런 마음들, 그것들이 결국 취하고 누리는 그 어쩔 도리 없는 훌륭함들에 대해서.

Paul Potts’ Debut on Britain’s Got Tal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