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해야 할 공간 브랜드 ① 로컬스티치]

공간을 넷플릭스처럼 구독할 수 있다고?


공간을 점유하는 데는 돈이 든다. 그것도 굉장히 많이 든다. 부동산의 값은 치솟고, 덩달아 전세와 월세도 놀랍도록 비싸졌다. 우리가 사는 데에는 반드시 공간이 필요하다. 그것은 일할 공간일 수도, 몸을 뉘일 공간일 수도, 요리를 하고 먹을 공간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반드시 공간을 '구입하거나 빌릴' 필요는 없다.

집과 오피스도 구독할 수 있다면

요즘 무언가 하나 구독하지 않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굳이 넷플릭스나 왓챠, 티빙 같은 OTT 서비스를 상상하지 않아도 좋다. 필요에 따라 사람들은 오디오북을 구독하기도, 자동차를 구독하기도 한다. 멜론이나 스포티파이, 애플 뮤직 등 우리가 친숙하게 받아들여 온 스트리밍 서비스 역시 일종의 구독 서비스라 볼 수 있다. 최근에 나는 혜민과 다니엘 튜더가 함께 만들었다는 명상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플래텀

소유하는 것은 점점 낯설어진다. 우리는 그저 잠시 접속해, 그 서비스의 편리함만을 이용할 뿐이다. 장단점이 있다. 내 것이 아니므로 불안하다. 서비스에 변동이 생긴다면 내가 그동안 즐기던 것들을 누릴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그만큼 소유가 주는 부담도 줄여준다. 무언가를 갖는다는 것 자체도 비싼 일이지만, 관리하고 정리하는 것 역시 무척 어려운 일이다. 대표적으로 공간이 그렇다.

공간은 우리가 소유하고, 점유할 때 비로소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빌린다’면 전세나 월세를 이용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공간을 구독한다’는 멤버십 개념은 다소 낯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브랜드는 공간의 멤버가 되었을 때 얼마나 편안하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지, 혹은 그 공간을 통해 무엇이 달라질 수 있는지를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 공간 멤버십계의 넷플릭스, 로컬스티치에 대한 이야기다.

창의적 생산자들의 커뮤니티, 로컬스티치

로컬스티치는 한 달에 약 12만 원으로 멤버십에 가입할 수 있는 공간 서비스 브랜드다. 서교, 성산, 대흥, 연남장, 연남, 소공, 동교맨션, 연남2호, 약수, 서교2호, 가로수길, 영등포, 잔다리 등 총 13개 지점을 운영 중이며, 멤버십 이용자는 이 모든 지점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이용할 수 있다.

ⓒ로컬스티치

재밌는 점은, 로컬스티치와 함께 성장했던 브랜드들을 이용하며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레드브릭, 스티비, 폴인, 화접도, 유월커피, 더배드저널, 아각아각, 루아르 커피 등 입주 브랜드와 파트너 브랜드 등이 멤버십 이용자들을 반겨준다. 할인 폭도 적지 않다. 스티비 이용자는 무려 첫 달 50%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바로 커뮤니티다. 업무의 특성상, 대부분은 프리랜서, 혹은 별도의 근무공간이 필요한 직장인이거나 창의성을 요하는 일에 종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이 서로 만나 교감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협업할 길이 얼마든지 열려 있다는 점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공간을 소유하지 않되, 만들고 운영하다

로컬스티치는 지난 2013년, 동네호텔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호텔은 외국인 여행객, 프리랜서 등 고객들에게 호텔의 전형적인 서비스 대신, 주변의 세탁소, 빵집, 카페 등을 연결하는 등, 지역Local과 고객들을 촘촘히 엮는Stitch 역할을 했다.

이후 호텔은 코리빙, 코워킹을 추구하는 로컬스티치로 새롭게 태어난다. 첫 지점을 연지 2년 후, 코리빙과 코워킹 공간으로 활용되는 로컬스티치 성산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성산점이 성공적으로 정착한 뒤에 잇따라 다른 지점을 오픈, 많은 스타트업과 개인들에게 공간을 임대해주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돈을 받고 공간을 임대해주기 때문에’ 부동산업체라고도 얘기할 수 있지만, 적확한 표현은 아니다. 로컬스티치는 건물주와 협의를 통해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을 운영하며 벌어들이는 수익을 건물주와 나눈다. 포인트는 임대가 아니다. 공간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 더불어 지역과 창작자 사이의 커뮤니티를 일궈내는 일이 로컬스티치의 본질에 가깝다.

브랜드와 협업하는 브랜드

재미있는 시스템이다. 건물주는 공간을 내어주고 이익을 얻는다. 일정 부분을 투자하는 것 이외에 운영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 로컬스티치는 건물을 매입하는 위험부담을 감수하는 대신, 공간을 기획하고 운영하며 수익을 얻는다. 이 관계 자체가 일종의 협업인 셈이다.

말레이시안 레스토랑 ‘아각아각’ ⓒ로컬스티치

로컬스티치는 멤버들과의 협업도 추구한다. 6호점의 말레이시안 레스토랑 ‘아각아각’은 서울에 살며 말레이시아 요리를 소개하고 싶어 했던 입주자와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것이다. 로컬스티치의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 자리한 유월커피와 세컨북스 역시 로컬스티치 입주자가 런칭한 브랜드다.

로컬스티치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셈이다. “대형 주택 단지를 만들거나, 코워킹 센터를 만드는 게 목표라면 두 모델을 분리해 규모를 늘리는 게 맞겠죠. 저희의 목표는 달라요. 입주자 중 개인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분들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브리크 매거진)” 김수민 대표의 말이다.

로컬스티치와 함께 세상에 나타난 브랜드들은 또다시 로컬스티치를 통해 그 브랜드를 확장할 기회를 얻는다. 수많은 브랜드들을 품어내는 만큼, 이들의 사업은 사실 ‘코워킹, 코리빙’이 아니라 ‘코브랜딩(Co-Branding)’이라고 불려도 좋을지 모른다.

창의성을 완성할 공간이 필요하신가요?

로컬스티치는 입주자들이 안정적으로 브랜드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창작자들이 서로 만나고 협업할 수 있도록 하는 것뿐만이 아니다. 이 ‘도움’에는 돈에 관한 이야기도 포함된다. 금전적인 지원을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멤버들이 느낄 공간에 대한 비용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고정 임대료는 최소로 받고, 이후 수익을 이해관계자와 공유하는 방식이어서 입점하는 창작자의 고정비용 위험을 낮춰줍니다. 동네 창업자가 자신의 업을 지속 가능하게 유지하는 방법은 부담을 최소화해 창업의지를 지속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멤버들이 이곳에 조금 더 오래 머물 수 있게 하는 역할도 있고요.”

(퍼블리, “로컬 전성시대, 공유 공간 비즈니스 ‘로컬스티치'”, 고병기)

ⓒ로컬스티치

이는 로컬스티치가 건물을 사거나, 새로 짓지 않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투자금액이 높아질수록, 멤버들의 고정비 부담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로컬스티치의 입주자들이 자신의 것이 아닌 공간에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월세나 보증금이 오를 걱정을 하지 않아도 괜찮고, 계약 만료 후 새 사무실을 찾으러 돌아다닐 걱정도 없다.

만약 당신의 공간이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온갖 유혹과 걱정거리로 가득하다고 느끼는 창의적 생산자라면 로컬스티치를 한 번 방문해볼 것. 당신 역시 당신이 가진 잠재력만큼 큰 브랜드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